- 미드솔 폼이 러닝화의 심장 — 반발·쿠션·무게를 좌우합니다. 크게 EVA(기본) → TPU(부스트) → PEBA(슈퍼폼) 순으로 반발이 좋아지고 값이 오릅니다
- 그런데 브랜드는 마케팅에서 소재를 거의 안 밝힙니다 — "ZoomX = PEBA"조차 나이키 광고·제품 페이지엔 없습니다. 이 글에서 그 근거를 끝까지 추적했더니, 나이키 자체 특허 문서와 공급사의 주주 공시라는 뜻밖의 곳에서 답이 나왔습니다
- "슈퍼크리티컬"은 소재가 아니라 공정 — 폼에 질소·CO2를 주입해 가볍고 반발 좋게 만드는 기술이라, EVA든 PEBA든 여기에 적용됩니다
러닝화 광고를 보면 "ZoomX, 부스트, FF 블라스트, 퓨얼셀…" 브랜드마다 폼 이름이 다 다릅니다. 그런데 이 이름들을 벗겨보면 결국 몇 가지 소재(EVA·TPU·PEBA)와, 그걸 만드는 소수의 화학회사로 정리됩니다. 이 글 하나로 폼의 정체가 잡힙니다.
1. 폼 3대 계열 — 쉽게 정리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뒤로 갈수록 반발이 좋아지고, 대신 비싸지거나 내구가 짧아집니다.
| 폼 | 특징 | 에너지 리턴 | 내구 | 쓰는 곳 |
|---|---|---|---|---|
| EVA | 가장 기본. 싸고 오래감. 겨울에 딱딱해짐 | 40~65% | 길다(1000km+) | 입문화·데일리 |
| TPU (eTPU) | EVA보다 반발↑, 겨울에도 안정. 대신 무겁다 | 중상 | 길다 | 아디다스 부스트 |
| PEBA | 가장 가볍고 반발 최고. 대신 비싸고 빨리 죽는다 | 70%+ | 짧다(150~300km) | 카본 레이서·슈퍼폼 |
요즘 프리미엄 신발은 여기에 두 가지가 더 붙습니다 — A-TPU(PEBA만큼 반발 좋으면서 내구·겨울 강함, 푸마 나이트로 엘리트 계열)와 TPEE(내구 좋은 프리미엄, 아디다스 라이트스트라이크 프로). 하지만 큰 그림은 위 세 줄로 충분합니다.
2. 브랜드 폼의 정체 — 사실은 대부분 "안 밝힙니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브랜드 11곳의 공식 기술 페이지와 보도자료를 직접 열어봤는데, 결과가 뜻밖이었습니다.
러닝화 브랜드는 자기 폼이 무슨 소재인지 거의 밝히지 않습니다. 대부분 "가볍고 반발이 좋은 혁신적 폼" 같은 성능 표현만 쓰고, 화학 소재명은 한 번도 꺼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 표는 "브랜드가 직접 밝혔는가"를 기준으로 나눴습니다.
브랜드가 직접 밝힌 것 (드뭅니다)
| 브랜드 폼 | 소재 | 근거 |
|---|---|---|
| 써코니 PWRRUN PB | PEBA (비드 발포) | 써코니 공식 폼 기술 페이지에 "특별한 종류의 PEBA 폼"이라 명시 |
| 써코니 PWRRUN+ | TPU (스팀 융착) | 동일 페이지, PWRRUN 대비 28% 경량 |
| 써코니 IncrediRUN | TPEE 배합 | 동일 페이지 |
| 아디다스 부스트 | eTPU (Infinergy) | 아디다스·BASF 양쪽이 공식 확인 |
| 리닝 Boom 상위 | Pebax / 하위는 A-TPU | R&D 매니저 실명 인용으로 등급별 구분 설명 |
| 뉴발란스 FuelCell (레이싱) | 100% PEBA | 공식 제품 페이지에 "made with 100% PEBA foam" 명시 |
| 나이키 ZoomX | Pebax® (PEBA) | 마케팅 아닌 나이키 자체 특허 명세서에 명시 — 아래 상세 |
써코니가 유일하게 폼마다 소재를 이름으로 적어둔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중국 브랜드 리닝이 나이키·아식스보다 투명합니다 — 자사 연구원 실명으로 "엘리트 등급은 raw Pebax, 훈련 등급은 A-TPU"라고 구분해 설명합니다.
ZoomX의 자백은 특허에 있었습니다
나이키 광고·제품 페이지·뉴스룸 어디에도 ZoomX의 소재는 없습니다. 리뷰 사이트들도 "PEBA로 추정된다"고만 씁니다. 그런데 나이키가 특허청에 낸 문서를 뒤지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폼 코어는 Pebax® 열가소성 엘라스토머 폼일 수 있으며, 나이키가 ZoomX라는 상표명으로 판매할 수 있다"
— 나이키 특허 US20230120495A1·WO2021206812A1 명세서, 두 건에서 동일 문구
Pebax®는 프랑스 Arkema의 등록상표입니다. 즉 마케팅에서는 끝까지 침묵했지만, 법률 문서에서는 나이키 스스로 "ZoomX = Arkema의 Pebax 폼"이라고 적어둔 셈입니다. 광고는 선택이지만 특허는 정확해야 하니까요.
흥미로운 건 이 수법이 나이키에서만 통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아디다스 특허에서 "Lightstrike", 아식스 특허에서 "FF Blast", On 특허에서 "Helion", 뉴발란스 특허에서 "FuelCell"을 찾으면 전부 0건입니다. 다른 브랜드는 특허에서조차 제품명을 소재와 연결하지 않습니다.
업계에선 정설이지만, 브랜드는 확인한 적 없는 것
- 아식스 FF 블라스트 = EVA+OBC — 아식스 공식 폼 기술 페이지와 슈퍼블라스트 보도자료 어디에도 화학 조성이 없습니다
- 아디다스 라이트스트라이크 프로 = TPEE — 출처를 추적하니 한 매체 기자의 업계 지식 서술이었고, 아디다스 발표가 아니었습니다
- 푸마 나이트로 엘리트 = A-TPU — 푸마 공식은 "질소를 주입한 열가소성 폼"까지만 말합니다
왜 이 구분이 중요한가 — 소재 판별의 근거로 가장 널리 쓰이는 랩 테스트(신발을 반으로 잘라 분석하는 시리즈)는 경도계와 에너지 리턴을 재는 물리 측정이지 화학 분석(분광법)이 아닙니다. 즉 "이건 PEBA다"는 측정 결과가 아니라 정보에 근거한 추론입니다. 대체로 맞겠지만, 확인된 사실과는 급이 다릅니다.
참고로 Arkema가 공식으로 인정한 러닝화는 따로 있습니다 — 가성비 브랜드인 데카트론 킵런 KD900X(Arkema 보도자료, 임원 인용문 포함)와, 미즈노 웨이브 라이더 24의 웨이브 플레이트가 바이오 기반 Pebax Rnew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최상위 카본화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공식 확인이 나오는 셈입니다.
브랜드가 침묵해도, 공급사는 말해야 합니다
소재가 Pebax라는 건 특허로 알아냈습니다. 그럼 그 Pebax를 누가 발포해서 나이키에 대는 걸까요. 여기서도 브랜드는 침묵하지만, 답이 나오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 주식시장에 상장된 공급사는 주주에게 사업을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영국 상장사 Zotefoams의 공시를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 2017년 — "나이키와 신발 기술 개발 및 소재 공급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실명으로 공시
- 2023년 — 그 독점 계약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연장
- 2023년 — "최근 출시된 나이키 울트라플라이에 고성능 폼을 공급한다"고 제품명까지 공시
- 2024 회계연도 — 신발 부문 매출이 46% 성장해 6,610만 파운드(약 1,200억 원) 규모. 그리고 감사 재무제표에 "한 고객이 그룹 매출의 약 45%"라고 익명 기재
여기에 같은 회사의 특허가 마지막 조각을 놓습니다. Zotefoams의 발포 기술 특허 실시예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폴리에테르 블록 아마이드(PEBA) 폴리머, 즉 Arkema의 Pebax 5533을…" 그리고 그 응용처로 러닝화 미드솔이 명시돼 있습니다.
여기에 Arkema가 2015년 보도자료에서 Pebax 사용 브랜드로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노스페이스"를 실명으로 나열한 것까지 겹치면, 그림이 얼추 맞춰집니다.
정리하면 — 소재가 Pebax라는 건 나이키 자체 특허로 확정됐고(위 2장), 이 공시·특허·보도자료들은 그 Pebax를 누가 발포해 나이키에 대는가라는 다음 질문의 답을 채웁니다. 다만 Zotefoams 특허·공시에 "ZoomX"라는 단어 자체는 없으므로, 공급망의 세부는 여전히 여러 1차 문서를 겹쳐 읽어낸 그림입니다.
흥미로운 건 중국 소재사 Shincell도 "나이키 ZoomX 미드솔 소재의 독점 공급사"라고 자사 사이트에 적어뒀다는 점입니다. 두 회사가 2024년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맺은 사이라 서로 다른 제품 라인·공정을 나눠 맡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어느 쪽의 "독점" 표현도 나이키가 직접 확인해 준 적은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나이키의 폼 "조성" 특허(배합비를 다루는 특허)들엔 오히려 PEBA가 없다는 점입니다 — EVA·올레핀 블록 코폴리머 배합이거나, 초임계 발포를 다루면서도 TPU·EVA만 언급합니다(리액트 계열로 보이는 내용). ZoomX=Pebax 문구가 나온 건 신발 구조·재활용 특허였습니다. 레시피는 끝까지 감추고, 재료 이름은 다른 서류에서 흘린 셈입니다.
그래도 특허를 뒤지면 마케팅에 없는 게 보이긴 합니다.
- 아식스 — 사탕수수에서 폼을 만듭니다. 2020년 출원한 특허가 "파르네센(farnesene) 기반 폴리머"를 핵심 성분으로 지목합니다. 파르네센은 사탕수수 발효로 얻는 바이오 소재고, 실제로 이 계열 원료를 파는 회사(Kuraray)는 "사탕수수 유래, 최대 80% 재생 원료"라고 설명합니다. 아식스가 FF Blast+ ECO를 "약 24% 바이오 기반"이라 발표한 것과 맞물리죠. "EVA에 뭘 섞었다"보다 훨씬 구체적인 그림입니다
- 아디다스 — 발포 폴리아미드 비드 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폴리아미드 5종을 나열한 뒤 PA12와 PEBA를 "특히 잘 맞는다"고 콕 집습니다. 부스트(팽창 TPU)와는 다른 계열이고, 라이트스트라이크 프로가 PEBA 비드 폼이라는 업계 서술과 방향이 맞습니다
- On은 소재를 안 씁니다. 미드솔 특허가 3D 격자 구조에 관한 것이고, 소재는 "TPU·폴리올레핀·고무·폴리아미드·PEBA·폴리에스터 또는 그 혼합물"이라는 전형적인 나열뿐입니다. Helion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입니다
다만 이 특허들 어디에도 "FF Blast", "라이트스트라이크"라는 제품명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기술과 제품을 잇는 마지막 한 칸은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그 회사가 부산에 옵니다
여기서 한국 러너에게 직접 와닿는 대목이 나옵니다. 같은 연차보고서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우리의 첫 시장 맞춤형 이노베이션 센터 — 대한민국 부산의 신발 이노베이션 센터 — 를 최종 고객 가까이에 둔다."
"핵심 고객과 그들의 1차 협력사 근처에 위치해, 새로운 개발을 특정 신발 모델에 직접 적용할 수 있게 한다."
부산은 한국 신발 산업의 본거지이고, 나이키의 1차 제조 협력사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나이키 슈퍼폼을 만드는 회사가 세우는 첫 해외 이노베이션 센터가 부산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회사에게 신발이 어떤 사업인지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 2023 | 2024 | 증가 | |
|---|---|---|---|
| 신발 부문 매출 | £45.3m | £66.1m | +46% |
| 그룹 매출 중 비중 | 36% | 45% | — |
신발이 이 회사의 최대 사업이 됐고, 그 대부분이 한 고객에게서 나옵니다. 베트남 호치민에도 신발 생산 투자를 진행 중이죠. 우리가 신는 신발의 폼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브랜드 광고보다 공급사의 사업보고서가 더 많은 걸 말해줍니다.
그럼 학계는 확인했을까요? 아닙니다. 찾아본 결과 특정 상용 슈퍼슈즈의 미드솔을 분광 분석해 소재를 확정한 논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근접한 연구는 상용 러닝화 5종의 폼을 3D 촬영으로 분석했는데, 소재 이름(EVA·TPU·PEBA)은 주어진 사실로 적었을 뿐 화학 분석을 하지 않았고, 신발 브랜드도 전부 익명 처리했습니다(저자 두 명이 신발 회사 소속이었습니다).
그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의 박사학위 논문까지 찾아봤지만, 그마저 전문이 비공개라 브랜드는 끝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 초록에 이런 대목은 있습니다 — 미드솔은 "약 1,000km까지 반복 압축을 받으며 점진적으로 손상되고, 되돌릴 수 없는 붕괴가 일어난다".
즉 "이 신발 미드솔이 무슨 소재인가"를 독립적으로 검증한 주체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건 전부 브랜드 발표 아니면 추론입니다.
3. "슈퍼크리티컬"은 소재가 아니라 공정입니다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슈퍼크리티컬(초임계)은 폼 종류가 아니라 "만드는 방법"입니다. 폼을 굳힐 때 질소나 CO2를 초임계 상태(액체도 기체도 아닌 상태)로 주입하면, 기포가 더 균일하고 커져서 더 가볍고 반발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슈퍼크리티컬 EVA"는 그냥 EVA에 이 공정을 입힌 것이고, PEBA에도 적용됩니다.
이 기술이 업계 전체로 퍼진 경로도 흥미롭습니다. 초임계 발포의 원천 특허는 1992년 MIT가 등록했고 2011년에 만료돼 이미 공개 기술이 됐습니다. 이걸 상용 장비로 만든 회사(Trexel)의 설비는 로열티 없이 판매되고요. 그래서 지금은 어느 브랜드든 장비만 갖추면 쓸 수 있고, 차별화는 "어떤 가스를 얼마나, 어떤 셀 구조로"에서 갈립니다.
흔한 오해 정정 — "스케쳐스가 CO2 발포를 특허로 독점해서 다른 브랜드가 라이선스료를 낸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근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원천 특허는 위처럼 이미 만료됐고, 스케쳐스가 실제로 보유한 특허는 CO2 전용이 아니라 발포 전에 미세 구멍을 내 셀을 균일화하는 제조법에 관한 것이며 명세서에 질소 등 여러 기체를 함께 나열합니다. 게다가 나이키 ZoomX(2017)는 그 특허 우선권일보다 앞섭니다.
가스 선택은 라이선스가 아니라 물성 때문입니다.
- CO2(임계점 31.1℃·7.38MPa)는 폴리머에 녹는 양이 질소보다 3~5배 많아 두꺼운 부위를 발포하기 좋지만, 가스가 빠져나가는 속도도 2배 이상 빠릅니다
- 질소(임계점 −147℃·3.39MPa)는 확산이 빨라 더 격렬하게 발포돼 셀이 작고 촘촘하며 셀벽이 얇아집니다
실제로 브룩스는 질소를 쓴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고(DNA 플래시), 그 이유도 "라이선스 회피"가 아니라 작고 촘촘한 셀 구조로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회사의 DNA 로프트 v3는 반대로 큰 셀 발포로 쿠셔닝을 노립니다. 아식스 FF 블라스트 터보도 초임계 공정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다만 나이키가 ZoomX에 초임계 공정을 쓴다고 직접 말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 업계 해설에서 나온 서술입니다.
정리하면 "슈퍼크리티컬"이라고 적혀 있으면 = 소재가 뭐든 그 폼을 더 가볍고 통통 튀게 만든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4. 한국 겨울 — 폼에 따라 6배까지 갈립니다
"겨울에 신발이 딱딱해진다"는 체감은 실측으로 확인되고, 폼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우리 신발 DB에 저온 경화율(추운 환경에서 경도가 몇 % 올라가는가) 실측이 있는 모델을 모아봤습니다.
| 경화율 | 신발 | 폼 |
|---|---|---|
| 6% |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 Helion HF |
| 8% | 하이페리온 엘리트 5 | DNA Gold (PEBA) |
| 9% | 하이퍼부스트 엣지 | Hyperboost Pro |
| 17% | 글리세린 맥스 · 하이페리온 맥스 3 · 클라우드러너 2 | DNA Tuned / Helion |
| 19% | 웨이브 인스파이어 21 | Enerzy 계열 |
| 34% | 웨이브 라이더 29 | Enerzy NXT |
| 39% | 고스트 17 | DNA Loft v3 (EVA 계열) |
최대 6배 넘게 차이 납니다. 독립 랩의 냉동고 테스트에서도 방향이 같습니다 — EVA 계열은 경도가 41~97% 치솟는 반면 PEBA는 28%, TPU 계열은 10% 안팎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이유는 틀렸습니다. "유리전이온도를 지나서 딱딱해진다"고들 하는데, EVA의 유리전이온도는 −25~−35℃로 한국 겨울 기온보다 훨씬 낮습니다. 실제 이유는 EVA가 결정 구조를 가진 소재라, 온도가 내려갈수록 그 결정 영역이 계속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PEBA의 연질 부분은 유리전이온도가 −51~−60℃, TPU는 −40~−48℃로 더 낮아 겨울에도 성질이 덜 변합니다.
다만 "PEBA면 무조건 겨울에 강하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위 표의 웨이브 리벨리온 플래시 2는 PEBA 계열인데도 경화율이 36%로 높습니다. 소재 계열만큼이나 배합과 발포 방식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5. 슈퍼폼은 왜 빨리 죽나 — 450km의 진실
"PEBA는 금방 죽는다"는 말도 실험으로 확인됐습니다. 2024년 연구가 정확히 이 질문을 다뤘는데, 방법이 흥미롭습니다 — 연구자 한 명이 아스팔트에서 450km를 직접 달려 신발을 닳게 한 뒤, 새 신발과 비교했습니다. 미드솔만 EVA와 PEBA로 다르고 플레이트·형태는 동일한 시제품을 써서 폼 효과만 분리했습니다.
| EVA | PEBA | |
|---|---|---|
| 450km 후 러닝 이코노미 | 변화 없음 | 2.28% 악화 |
| 굽힘 에너지 리턴 손실 | −10.5% | −24.6% |
| 에너지 손실률(히스테리시스) | 26 → 39.5% | 24.7 → 42.4% |
새것일 땐 PEBA가 EVA보다 약 1.9% 좋은데, 450km를 지나면 그 우위가 사라집니다. 논문 저자들은 아예 "훈련용은 EVA, 레이스용은 PEBA로 나눠 만들라"고 제안합니다.
왜 그럴까요. 폼이 죽는 건 공기가 새서가 아니라 기포의 벽이 반복해서 눌리다 주름지고 결국 갈라지기 때문입니다(750km 신은 미드솔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밀도가 낮을수록 이 붕괴가 빠릅니다 — 같은 횟수를 때렸을 때 저밀도 폼은 충격 전달이 51% 늘었지만 고밀도 폼은 7%에 그쳤습니다. PEBA는 가벼운 대신 기포 벽이 성기니, 같은 이유로 먼저 무너집니다.
정작 발은 그걸 못 느낍니다. 640km 신은 신발을 측정한 연구에서 충격 흡수 지표는 20~28% 떨어지고 경도는 17% 올랐는데, 정작 러너 본인은 쿠션이 2.7%밖에 안 줄었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푹신한데?"가 신발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못 되는 이유입니다.
6. 그래서 내 신발은 무슨 폼일까
우리 사이트 신발 DB에서 폼별 대표 모델을 정리하면:
- PEBA(ZoomX·최고 반발) — 알파플라이 3·베이퍼플라이 4·SC 엘리트 v5·엔돌핀 엘리트 3
- A-TPU(반발+내구) — 푸마 패스트-R 나이트로 엘리트 3·디비에이트 나이트로 엘리트 4
- TPEE(프리미엄 내구) —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4
- 슈퍼크리티컬 폼(가벼운 데일리·슈퍼트레이너) — 노바블라스트 6·슈퍼블라스트 3·하이퍼부스트 엣지
- EVA(가성비 입문) — 젤 벤처 10 등 입문화
폼 위·아래에 들어가는 플레이트가 궁금하다면 시리즈 2편 — 플레이트 완전 해설로 이어집니다(카본·유리섬유·나일론의 차이와 만드는 회사). 실제 카본화 비교는 카본 플레이트 비교, 브랜드별 자체 기술 명칭은 각 브랜드 페이지의 기술 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PEBA가 제일 좋은 폼인가요?
A. 새것일 때 반발과 무게만 보면 그렇습니다. 다만 450km쯤 지나면 EVA와 성능이 같아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위 5장). 비싸기도 하고요. 그래서 레이스·포인트 훈련용이지 매일 신는 데일리용은 아닙니다. 매일 신을 신발은 EVA나 슈퍼크리티컬 폼이 오히려 경제적이고 오래갑니다.
Q. 신발은 500~800km에서 바꾸라던데 맞나요?
A. 이 숫자의 출처는 1985년 연구입니다. 1980년대 EVA를 기계로 반복해 때린 실험이었고, 흥미롭게도 바로 그 논문이 "사람이 실제로 신은 경우엔 덜 닳더라"고 밝혔습니다. 요즘 슈퍼폼에는 재검증된 적이 없고, 실제로 위 450km 연구에서 EVA는 그 거리에서도 성능이 유지됐습니다. 소재에 따라 다르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 레이스용 PEBA는 400km대부터 의심하고, 데일리 EVA는 더 오래 씁니다.
Q. 신발을 번갈아 신으면 폼이 회복되나요?
A. 회복은 되지만 기대보다 훨씬 적습니다. 22시간을 쉬게 한 실험에서 회복률은 폼에 따라 1~10% 수준이었고, 9개월을 쉬어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로테이션이 부상을 줄인다는 보고는 있지만, 그 이유는 "폼이 쉬어서"보다 신발마다 형태가 달라 몸에 걸리는 부하가 분산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Q. 브랜드 폼 이름이 다 다른데 결국 같은 건가요?
A. 완전히 같진 않지만 뿌리는 겹칩니다. 최상위 슈퍼폼은 대체로 PEBA 계열이고, 차이는 배합·발포 공정·플레이트 조합에서 생깁니다. 다만 "어느 브랜드 폼이 정확히 무슨 원료인지"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위 2장). 우리가 아는 대응 관계 상당수가 브랜드 확인이 아니라 업계 추정입니다.
Q. 슈퍼크리티컬 폼이면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대체로 더 가볍고 반발이 좋지만, "슈퍼크리티컬"은 공정일 뿐이라 바탕 소재가 무엇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슈퍼크리티컬 EVA와 슈퍼크리티컬 PEBA는 성격이 다릅니다. 라벨보다 실제 착화감·랩 수치(에너지 리턴)를 보는 게 정확합니다.
Q. 겨울에 딱딱해지는 신발이 있던데 폼 때문인가요?
A. 네, 그리고 폼에 따라 6배 넘게 차이 납니다(위 4장 실측 표). EVA 계열이 가장 크게 굳고 PEBA·TPU는 덜 변합니다. 한국 겨울에 자주 뛴다면 이 점도 폼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단 같은 PEBA라도 배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모델별 실측을 보는 게 확실합니다.
출처: 브랜드 공식 기술 페이지·보도자료 직접 확인(써코니·아디다스·BASF·아식스·On·푸마·미즈노·리닝·브룩스·나이키·뉴발란스), 나이키 특허 US20230120495A1·WO2021206812A1 명세서(ZoomX=Pebax® 명시), Zotefoams 규제시장 공시(RNS 2017·2023)·2024 연차보고서·발포 특허 US10675792B2, Arkema 공식 자료(2015 보도자료·Pebax 제품 페이지), 아식스(US11779076B2 파르네센)·아디다스(EP3041892B1)·써코니 명의 특허 원문, Rodrigo-Carranza et al.(2024, Scand J Med Sci Sports) 450km 마모 연구, Verdejo(2004) 폼 내구성 연구, Cornwall & McPoil(2017) 640km 측정, 초임계 발포 특허(MIT US5158986A·Skechers US2020/0281314) 원문, RunRepeat 랩 데이터. 저온 경화율은 우리 신발 DB의 모델별 실측입니다. 브랜드가 공식 확인한 것과 업계 추정을 본문에서 구분해 표기했습니다. · 작성 2026년 7월 27일 · 1차 원문 재검증 반영 2026년 7월 27일. (러닝화 소재 해설 시리즈 1편 — 미드솔 폼)



